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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권미선 -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새벽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오열했을 것 같았다. 마음에 드는 글이 너무 많았다. 무엇보다 지금 내게 필요한 말이 많았다. 종종 인생은 혼자라는 마음가짐으로 누구도 곁에 두지 않으려 했던 적이 있었다. 솔직히 지금도 누군가를 곁에 두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이든 혼자 하는 것이 편했고 이제는 혼자인 삶이 너무 익숙해졌다. 하지만 정말 혼자인 내 삶이 괜찮은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곁에 아무도 없는, 온전한 내 편이 없는 현실이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다. 서늘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앞으로도 쭉 혼자서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문득 두려워질 때가 있다. 이러한 나의 마음을, 뒤숭숭한 마음을 위로해 준 글이 참 많았다.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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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사막」은 낙타의 비극을 다룬 글이었다. 모성애가 강한 낙타가 새끼를 잃은 아픔을 평생 기억한다는 것에서 울컥해지기도 했었다. 짐승이라도 새끼를 잃은 아픔, 소중하고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은 인간과 다를 바 없었다. 모두 그러한 모습에 큰 충격을 받고 평생을 잊지 못하는 기억으로 자리매김하는 것 같았다. 가슴에 그러한 기억과 슬픔을 묻어둠으로써.

 

「이제 우리는 그만 만나겠구나」는 시절 인연을 다룬 글이었다. 저절로 공감되는 글인 만큼 그에 따른 여운도 엄청났다. 다시는 만날 일이 없고 우연히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겠지만 일부러 소중한 시간을 내어 주지는 않을 인연, 인생의 한때를 함께 했지만, 결국 각자의 길로 가야만 했던 인연, 모두 각자의 길로 간 것뿐인데 왜 이리도 씁쓸하고 서운하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인연은 왜 이리도 손에 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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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았던 글은 「행복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대기만성의 시간」, 「쉬워 보인다」였다. 「행복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은 여러 매체를 통해 보이는 행복 속에서 느껴야 하는 의문과 비교를 다룬 글이었다. 매체가 발달한 만큼 오늘날은 여러 사람의 행복을 쉽게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SNS에서 보이는 타인의 삶은 정말 영화 같은 삶이 대부분이다. 인생에서 비극은 없을 것 같은 그들의 삶의 페이지는 보기만 해도 우울감을 들게 하고 열패감을 지니게 한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준 외모나 능력이 과연 다 사실 그대로일까? 그들이 머물고 있는 장소나 배경이 다 스스로 이뤄낸 것들일까? 그 뒤를 살펴보면 그렇게 우울감과 열패감을 가질 필요가 없을 것이다. 모두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대다수고 모두 평범한 외모나 배경을 지닌 사람이 대다수이다. 그 속에 비극이 없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불공평한 세상 같더라도 때로는 공평한 세상이다. 모두 저마다의 고민과 사정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니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행복을 남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 다들 소름 끼치도록 비슷하게 삶을 대하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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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만성의 시간」은 읽으면서 충격받은 글이기도 했었다. 평소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대기만성'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말이 희망만 잔뜩 주기만 하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충격을 받아야 했다. 희망, 더없이 좋은 말이지만 아늑함에 취해 그곳에 머물게 하는 속성이 있다. 더불어 좋은 점만 주목하게 하여 나쁜 점을 외면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러한 점들을 건드린 글이어서 약간의 충격을 받아야 했다.

 

「쉬워 보인다」는 쉬워 보여도 쉬운 인생은 하나도 없다는 글이었다. 그러니 남의 인생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덕분에 지난 과거를 돌아보며 반성할 수 있었다. 종종 다른 사람의 인생을 보며 부러움을 가지고 시기와 질투를 한 적이 있었다. 쉽게 돈을 번다고 생각하여 욕을 해본 적이 있었다. 그 사람이 뒤에서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그러한 말을 내뱉어야만 했었다. 그러한 돈을 벌기 위해 쪽잠을 자야 했던 그 사람의 수많은 밤을 생각하지 않고 수없이 흘려야 했던 땀과 눈물을 깊이 고려하지 않고 너무나 쉽게 그러한 말을 뱉어야 했다. 너무 후회스러웠다. 그 사람이 힘들고 독하게 삶을 대할 동안 현실감각 없이 낭창하게 보냈던 내 모습이 떠올라 후회스럽기도 했다. 정말 타인의 삶을 깊이 생각해 보면 쉬운 인생은 하나도 없었다. 

 

 

어느 날은 좋고 어느 날은 나쁘다. 
어느 날은 엉망이고 어느 날은 참을 만하다.
어느 날은 웃고 어느 날은 운다.
어느 날은 별로고 어느 날은 괜찮다.

그냥 그렇게 산다.

- 「행복하지 않으면 큰일이라고 난 것처럼」 - 

 

나는 대기만성이라는 말이 싫어졌다.
초라한 현실을 더 날카롭게 비추는 거울 같아서.

- 「대기만성의 시간-

 

하지만 어디 쉬운 생이 있을까?
가장 쉬워 보이는 한 생을 골라서 다시 살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생을 다 산 다음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나의 생은 너무 힘들고 고단했다고. 

「쉬워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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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줄 감상평

 

   혼자여도 괜찮아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