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정말 유명한 시인이다. 그의 작품인 풀꽃은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시를 잘 쓰는 것이 글을 잘 쓰는 것보다 어렵다고 생각한다. 짧은 문장으로 전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히 전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길게 풀어서 쓰는 것은 비교적 싶지만 축약해서 핵심만을 전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나 역시도 글을 쓰는 것보다 시를 쓰는 것이 때로는 어렵게 느껴진다. 좋은 글은 쉽게 읽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로 구성된 글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긴 글도 술술 읽히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긴 글을 읽다 보면 막히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막히는 글은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 역시 그렇다. 좋은 시는 짧은 한 문장으로, 무척 짧은 분량으로도 여운과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한 면에서 보면 그의 시는 정말 좋은 시라고 생각한다. 쌀쌀해지는 날씨와 더불어 독서의 계절인 가을에 그의 시집을 부담 없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그의 작품을 마주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집을 추천한다.

책을 읽게 되면 무조건 읽는 부분이 있다. 바로 작가의 말이다. 작가의 말은 무조건 읽는다. 여기서도 시인의 말을 읽었는데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이 시집을 다 읽고 난 후 느낀 점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로 줘도 괜찮을 것 같다. 책 선물은 호불호가 갈린다지만 이 시집은 선물해줘도 괜찮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여운이 남는 작품이 너무 많았다. 겨우 추려서 올린다.
창문을 연다
나는 지금 창문을 연다
창문을 열고
어두운 밤하늘의 별들을 본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
그 가운데에서 제일로
예쁜 별 하나를 골라 나는
너의 별이라고 생각해본다
별과 함께 네가
내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내 마음도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한다
나는 이제 혼자라도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멀리 헤어져 있어도
헤어져 있는 게 아니다
밤하늘 빛나는 별과 함께
너는 빛나는 별이다
너의 별을 따라 나 또한
빛나는 별이다.
너 보고 싶은 날
잘 있겠지
잘 있을 거야
문득문득
네가 보고 싶어
버릇처럼
하늘 보고
구름 보고 또
마음을 들여다본다
거기
우물이라도 한 채
있을까?
청동빛 오래된 우물
구름이라도
흐를까?
바람이라도
스칠까?
너의 얼굴이라도
조금
보였음 좋겠다.
별
너무 일찍 왔거나 너무 늦게 왔거나
둘 중에 하나다
너무 빨리 떠났거나 너무 오래 남았거나
또 그 둘 중에 하나다
누군가 서둘러 떠나간 뒤
오래 남아 빛나는 반짝임이다
손이 시려 손조차 맞잡아줄 수가 없는
애달픔
너무 멀다 너무 짧다
아무리 손을 뻗쳐도 잡히지 않는다
오래오래 살면서 부디 나
잊지 말아 다오.
나무
너의 허락도 없이
너에게 너무 많은 마음을
주어버리고
너에게 너무 많은 마음을
뺏겨버리고
그 마음 거두어들이지 못하고
바람 부는 들판 끝에 서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슬퍼하고 있다
나무 되어 울고 있다.
사는 법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근황
요새
네 마음속에 살고 있는
나는 어떠니?
내 마음속에 들어와
살고 있는 너는 여전히
예쁘고 귀엽단다.
별리
우리 다시는 만나지 못하리
그대 꽃이 되고 풀이 되고
나무가 되어
내 앞에 있는다 해도 차마
그대 눈치채지 못하고
나 또한 구름 되고 바람 되고
천둥이 되어
그대 옆을 흐른다 해도 차마
나 알아보지 못하고
눈물은 번져
조그만 새암을 만든다
지구라는 별에서의
마지막 만남과 헤어짐
우리 다시 바람으로 만나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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